"프레젠테이션 본편(슬라이드 설명)은 완벽했습니다. 하지만 질의응답(Q&A) 시간에 예상치 못한 질문이 들어오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TOEIC 900점이 넘는 상급 비즈니스 전문가 중에서도 Q&A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Q&A를 '정답을 말해야 하는 시험'으로 오해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서구 비즈니스 문화에서 Q&A는 테스트가 아닙니다. 그것은 '지적 스파링(Intellectual Sparring)'입니다. 상대방은 당신을 심문하는 것이 아니라, 논의를 더 깊게 발전시키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맥킨지 파트너나 애플 CEO 등이 실제로 사용하는,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피하고 주도권을 잡기 위한 고도의 '합기도'식 테크닉을 설명합니다.
1.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받아넘기는 '브리징(Bridging)'
"그 질문에는 답하고 싶지 않다", "주제에서 벗어났다"와 같은 상황에서 정면으로 답변해서는 안 됩니다. 전문 커뮤니케이터들은 브리징(Bridging, 다리 놓기)이라는 기술을 사용해 상대방의 질문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이 말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로 논점을 전환합니다.
철칙 'ABC 메소드'
미디어 트레이닝에서도 가르치는 기본 원칙입니다.
- Acknowledge(인정하기): 질문을 일단 수용합니다.
- Bridge(연결하기): 접속사를 사용해 관점을 전환합니다.
- Communicate(전달하기): 자신이 말하고 싶은 내용을 이야기합니다.
실전 표현
단순히 "That's a good question"이라고 말하는 것은 초보적인 수준입니다. 다음과 같은 표현으로 지적으로 대화를 연결해 보세요.
- "What’s important to remember is…"
(여기서 중요한 점은…)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라,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화제를 강제로 전환합니다. - "That’s an interesting angle. Let’s also consider…"
(흥미로운 관점이네요. 더불어 ~에 대해서도 생각해 봅시다.)
상대방의 관점을 인정하면서 다른 논의의 장으로 유도합니다. - "I don't want to get bogged down in details. Looking at the big picture..."
(세부적인 내용에 얽매이기보다는, 거시적으로 본다면…)
사소한 지적을 피하고 전략이나 비전과 같은 큰 그림에 대한 이야기로 전환할 때 효과적입니다.
사례: 애플 CEO 팀 쿡의 기술
한 인터뷰에서 팀 쿡은 대답하고 싶지 않은 법적 질문을 받자 이렇게 대처했습니다. "That’s up to the lawyers, honestly. (솔직히 그건 변호사들의 문제입니다.)"라며 질문을 잘라낸(Acknowledge) 뒤, 즉시 "My primary focus is on the customers... (저의 주된 관심사는 고객입니다.)"라며 자신이 자신 있는 '고객 개인정보 보호' 이야기로 연결(Bridge)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질문에 답하면서도 자신의 영역에서 싸우는 전문가의 기술입니다.
2.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하지 않고 신뢰를 지키는 위기관리 기술
아무리 철저히 준비해도 모르는 데이터나 전문 분야가 아닌 질문은 들어오기 마련입니다. 이때 단순히 "I don't know."라고 말하면 발표자의 권위(Authority)가 손상될 수 있지만, 아는 척하는 것은 최악의 선택입니다.
'모른다'는 사실을 지적으로 표현하는 디플렉션(Deflection, 회피) 테크닉을 사용해 보세요.
'부분 답변' + '추후 답변' 콤보
'지금 당장 답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트렌드와 같은 유용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상대방의 만족도를 유지하는 방법입니다.
- "I don't have that specific data with me, but I can speak to the general trend..."
(그 구체적인 데이터는 지금 없지만, 전반적인 트렌드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숫자는 없지만 경향은 말할 수 있다'고 조건부로 답변합니다. - "Let me consult with my team and circle back to you."
(팀과 확인한 후 다시 답변드리겠습니다.)
단순히 '나중에'가 아니라 "consult with my team"(팀과 협의하여)이라는 말을 덧붙여 신중하고 성실한 태도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범위 밖(Out of Scope)이라고 선 긋기
질문이 너무 지엽적이거나 전문적인 경우, 정중하게 답변을 거절하는 것도 리더의 역할입니다.
- "That touches on a strategic issue beyond today’s operational review."
(그것은 오늘의 운영 검토 범위를 넘어서는 전략적인 이슈인 것 같습니다.)
'질문이 나쁘다'가 아니라 '오늘 논의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선을 긋습니다. - "I can see why you ask that; however, that lies outside the scope of our discussion today."
(왜 질문하시는지 이해합니다만, 그 내용은 오늘 논의의 범위를 벗어납니다.)
3. 적대적인 질문을 무력화하는 '리프레이밍(Reframing)'
"Why is your project failing so miserably?"
(왜 이 프로젝트는 이렇게 처참하게 실패하고 있습니까?)
임원 회의나 고객과의 미팅에서는 이처럼 감정적이고 공격적인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때 "We are not failing!"이라며 감정적으로 반박해서는 안 됩니다. 상대방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부정적인 질문을 긍정적이거나 중립적인 과제로 리프레이밍(Reframing, 재구성)하여 대응해야 합니다.
감정을 분리하고 논점을 전환하기
먼저 상대방의 '감정'만 수용한(Validate) 뒤, '논점'을 바꾸는 전략입니다.
- 1단계: 감정 인정하기 "I hear your frustration."
(답답한 심정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먼저 상대방의 감정을 누그러뜨립니다. - 2단계: 질문 재구성하기 "So, your question is about the challenges we encountered and how we’re addressing them, correct?"
(그렇다면 질문의 요지는 저희가 직면했던 '과제'와 그에 대한 '해결 방안'에 관한 것이 맞을까요?)
상대방이 사용한 '실패(Failure)'라는 단어를 '과제(Challenge)'라는 건설적인 단어로 바꾸어 확인합니다.
사례: 스티브 잡스의 전설적인 답변
1997년, 스티브 잡스는 공개석상에서 "당신은 기술을 모른다"는 모욕적인 말을 들었습니다. 장내가 얼어붙은 가운데 그는 화를 내지 않고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You’ve got to start with the customer experience and work backwards to the technology." (기술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 경험에서 시작해 기술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그는 비판을 수용하면서도 논점을 '기술 지식의 유무'에서 '고객 경험이라는 철학'으로 리프레이밍했고, 결국 청중의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4. 질문을 못 들었거나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때 '시간 벌기(Buying Time)'
날카로운 질문에 즉시 답하려다 조급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침묵(Silence)을 두려워하지 말고, 지적인 표현을 사용해 두뇌를 최대한 가동할 시간을 확보하세요.
패러프레이징으로 확인하기
질문을 되묻는 척하면서 자신의 말로 요약합니다.
- "So, if I understand correctly, you’re asking about X in the context of Y, is that right?"
(제가 제대로 이해했다면, Y라는 맥락에서 X에 대해 질문하신 것이 맞나요?)
여기에는 세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생각할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 상대방에게 'Yes'라는 답변을 유도하며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 답변하기 쉽도록 질문을 미묘하게 수정할 수 있습니다.
지적인 필러(filler) 표현
"Umm..."이나 "Well..."은 자신감 없어 보일 수 있습니다. 대신 다음과 같은 표현을 사용해 보세요.
- "That’s an important question. (Pause)... The way I would approach it is..."
(중요한 질문이네요. (잠시 멈춤)... 제 생각은…)
'중요한 질문'이라고 평가함으로써 상대방을 만족시키면서 생각할 시간을 확보합니다. - "Let’s break that down."
(그 점을 한번 나눠서 생각해 보죠.)
복잡한 질문을 받았을 때 즉답하지 않고 정리하려는 자세를 보여줍니다.
결론: Q&A는 '복싱'이다
Q&A에서 완벽한 정답을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펀치(날카로운 질문)가 날아올 때 가드하고(Deflection), 몸을 피하며(Reframing), 자신의 주특기인 펀치(핵심 메시지)를 날리는 것입니다.
이러한 마음가짐만으로도 Q&A에 대한 두려움은 '게임을 즐기는 투지'로 바뀔 것입니다.
실전으로 '반사 신경' 단련하기
이러한 테크닉은 지식으로만 알고 있어서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실제 회의에서 숨 쉬듯이 자연스럽게 표현이 나올 때까지 '틀'을 몸에 익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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